[오스트리아]할슈타트 120716 - 만년설이 만들어 낸 절경, 할슈타트

 오스트리아 하면 빈과 잘츠부르크도 유명하지만, 역시 잘츠캄머굿도 빼놓을 수 없다. 알프스 빙하가 녹아내리면서 만들어진 아름다운 호숫가를 따라 여러 개의 마을들이 존재하는데, 이 마을들을 통틀어 잘츠캄머굿이라고 부른다. 여러 마을을 돌아볼 수 있다면 더 좋겠지만, 당일치기 일정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할 수 없이 딱 한 곳, 우리에게 너무나 잘 알려진 작은 마을 할슈타트(Hallstatt)를 방문하기로 했다.


할슈타트로 가는 길에 찍은 알프스의 모습.


저희는 잘츠부르크에서 할슈타트까지는 기차를 이용했다. 버스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고 하지만, 동유럽 패스가 마침 하루 남았으니 이왕 가는 거 열차를 타기로 했다. 열차를 이용할 경우, 잘츠부르크 중앙역에서 아트낭-푸하임(Attnang-Puchheim) 역까지 가서 다시 할슈타트로 가는 열차로 갈아타야 한다. 이렇게 해서 약 두 시간 정도 가면 할슈타트 역이 나온다.


 원래 계획은 할슈타트 역에서 내려서 바로 옆 선착장에서 페리를 타고 마을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만 할슈타트 역을 지나쳐버렸다. 할슈타트 역 규모가 거의 간이역 수준이라 나름 방송을 귀기울여 들었는데도 놓쳐버린 것이다. 그래서 얼른 다음 역에 내려서 할슈타트로 돌아가는 법을 알아보려고 역무원에게 물었다. 그러나 돌아온 역무원의 대답은 모두를 경악에 빠뜨리기에 충분했다. 반대 방향으로 가는 열차는 몇 시간 기다려야 하며, 걸어가면 두 시간 이상 걸린다고......제대로 멘탈 붕괴가 왔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할슈타트 역에서 열차로 고작 5분 더 온 거라 두 시간씩이나 걸릴 거리는 아닌 것 같은데... 미심쩍어서 지도를 빌려 길을 찾아봤다. 천만다행으로 선착장까지 가는 길을 찾을 수 있었다. 알고 보니 역무원이 한 말은 페리를 타지 않고 온전히 육로만 이용해서 할슈타트까지 걸어가면 두 시간 걸린다는 뜻이었다.

 


철로를 따라 잠시 걷다가 숲 사이의 오솔길로 들어가게 되는데, 주위의 아담한 들판, 그 위에 서 있는 키 큰 전나무들과 예쁜 집들, 그 뒤로 펼쳐진 넓은 호수와 높고 뾰족한 산들... 날씨가 꾸물꾸물하기는 했어도 사진으로는 제대로 담아낼 수 없을 정도로 예쁜 한 폭의 그림을 보는 것 같았다.

 


 


할슈타트 역을 지나친 건 오히려 전화위복의 기회였다. 관광객 입장에서 이런 시골길을 걸어볼 수 있는 기회가 자주 있는 건 아니니까 말이다.

 


길가다 발견한 달팽이. 크기가 상당히 컸다. 내가 본 달팽이 중에서는 가장 컸던 것 같다.

 


30분 정도 걸어 선착장에 도착. 호수 건너 할슈타트가 보인다.

 


페리를 타고 점점 가까워지는 할슈타트.


책에서, 인터넷에서, 엽서로만 보던 할슈타트가 눈 앞에 펼쳐졌다. 맑은 호숫가를 따라 옹기종기 모여있는, 잔잔한 호숫물에 비친 이 작은 마을은 그렇게 평화로울 수가 없었다.

 


할슈타트를 접할 때마다 많이 보게 되는 사진도 따라서 찍어 보고.


할슈타트에 도착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려고 보니, 모두들 식사시간을 넘기고 배고픈 눈치였다. 그래서 적당한 식당을 찾기 시작했다. 가이드북에 마땅한 식당 추천이 없어서 그냥 아무데나 골라잡아 들어가는 수밖에 없었다. (돌이켜 보면, 이쯤부터 식당을 고를 때 가이드북에 덜 의존하게 된 것 같다. 물론 매 순간의 결과는 복불복이었지만, 좋은 경험이 되었다.)

 그렇게 해서 마을 광장 한켠에 위치한 레스토랑에 들어가게 되었다. 이름은 생각나지 않지만 메뉴판의 가격도 저렴한 편이었고, 무엇보다 와이파이를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게 좋았다. 생각해 보면 배낭여행은 로밍을 해 오지 않는 이상 와이파이존을 찾아 헤매는 일의 연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송어요리. 할슈타트 호수에서 송어가 잘 잡힌다고 한다. 특히 할슈타트는 슈베르트가 피아노 5중주 '송어'를 작곡한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먹어 보니 살이 고소하고 부드러웠다. 무작정 들어가서 주문한 메뉴 치고 성공한 것 같다.


피자도 한 판 주문했는데, 이건 웬 미국식 피자...?
개인적 취향으로는, 빵이 두껍고 토핑 많이 올라간 미국식 피자보다는 토핑이 적고 얇은 도우를 사용하는 이탈리아식 피자를 좋아해서 맛있게 먹진 못했다.

식당이 위치해 있던 작은 광장. 이 주변으로 은행도 있고, 가게도 조금 있었다.


할슈타트에서 바라본 반대편 호수 풍경.

약간 높은 곳에 올라가 보았다.

 

 

 


할슈타트를 찾은 관광객 중에는 백인들보다 아시아 사람들이 많았다. 특히 한국어가 들리는 빈도가 다른 도시들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그러고 보니 숙소에서 만난 유럽애들한테 할슈타트에 대해 물어봐도 잘 모르는 눈치였다. 유독 우리에게 할슈타트가 유명한 이유는 아마도 드라마 '봄의 왈츠'를 통해, 대한항공 광고를 통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할슈타트를 접할 기회가 많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빙하가 만든 맑은 호수 자락의 아름다운 마을, 할슈타트.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어도 상쾌해지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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