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할슈타트 120716 - 문명을 꽃피운 소금광산

 할슈타트는 확실히 예쁘고 아름다운 마을이었다. 하지만 마을만 돌아다니자면 반나절도 안 걸리는 이 작은 마을을 웬만큼 돌아다니고 나니 이제는 뭘 해야 할지 난감했다. 이미 구경 마친 호숫가와 건물들 주위만 마냥 맴돌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다른 마을을 가기에는 시간이 모자라고, 그렇다고 일찍 잘츠부르크로 돌아가는 건 너무 아까웠다. 그렇다면 할슈타트에서 남들 한 번씩 꼭 가본다는 소금광산은... 필자가 별로 가고싶어하지 않았다. 그 유명하다는 소금광산을 원래 안 갈 생각이었느냐? 라고 반문하신다면... 그렇다. 소금광산은 계획에 없었다. 모든 건 지갑 때문이었다.

 

 아침에 열차 시간 맞춘다고 급하게 숙소를 나오고 보니 지갑을 숙소 베개 밑에 그대로 두고 나왔다는 걸 깨달았다. 사실 필자는 이미 한국에서부터 물건 잘 흘리기로 친구들 사이에 악명이 높았다;;  만약 또 그랬다는 사실을 친구들이 알게 되는 날에는, 이번 여행 동유럽 가이드로서의 필자의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어 여행이 속시끄러워질 것 같아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숙소에 돌아가면 열차를 놓칠 것이고, 혹시 비상금이라도 있을까 하고 가방을 뒤져 보니 유로센트 몇 개가 전부였다. 하는 수 없이 한 친구에게만 몰래 식사하고 물 사먹고 페리 탈 정도의 금액만 빌렸다.
 굳이 소금광산 입장 금액을 빌리지 않은 이유는, 국제학생증으로 학생 할인을 받을 수 있는 소금광산에 들어갈 때 금액을 자기보다 한참 비싸게 지불하는 것을 친구가 본다면 모든 게 탄로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래서 처음부터 소금광산에 들어갈 생각은 접었다. 친구들에게는 할슈타트에 소금광산이 있다는 사실 정도는 충분히 은폐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에 순조롭게 일이 진행되나 싶었다.
  그런데 필자가 지갑을 놓고 왔다는 사실을 모르는 바로 그 친구가, 어떻게 귀신같이 소금광산 있다는 얘기는 들어가지고 자꾸 소금광산 가자고 한다-_-;;;; 어떻게든 이 위기를 모면해야 했다. 근데 다른 친구도 소금광산은 들어가보고 싶어하는 눈치인 것이다. 이거 폴란드에 갔어야 했나... 할
 수 없이 몰래 돈을 더 빌리기로 눈빛으로 합의하고, '나 숙소 베개 밑에 지갑 놓고 나왔어...ㅜㅅㅜ'라는 죄목을 '어제 지갑 좀 정리하다가 국제학생증을 그만 깜빡하고 호스텔 락커에 두고 나왔지 뭐야...ㅇㅅㅇ'로 축소해서 고백한 뒤, 소금광산에 들어가기로 했다ㅋㅋ

 

 예전부터 소금광산이 있는 할슈타트는, 바다가 없어 소금이 귀한 중부 유럽 내륙 지역에서 중요한 곳이었다고 한다. 이곳의 소금광산은 계속해서 내륙 지역에 소금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다가, 폐광된 이후 지금과 같은 관광자원으로 재탄생했다. 여담으로, 오스트리아에서 사람이 살던 흔적 중 가장 오래된 흔적이 할슈타트에서 발견되었다고 한다. 또, 유럽에서도 가장 초기의 철기 문화가 이곳에서 발달했고, 그것을 '할슈타트 문화'라고 부른다고 한다.

 


소금광산은 페리를 타고 들어온 선착장과 반대방향에 위치해 있어서 마을로 더 깊숙히 들어가야 했다. 들어가니 도로도 아스팔트 포장이고, 차도 훨씬 많이 다니고, 아무튼 페리 선착장 주변보다 좀 더 도시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봤자 도긴개긴이었지만...


백조떼가 호숫가에서 노닐고 있었다. 동물원 밖에서는 처음 보는 백조.


이렇게 가까이서 사진을 찍었는데도 사람을 조금도 의식하지 않는 눈치였다.

 


백조떼가 있는 곳에서 마을을 보았더니, 가까이에서 본 모습도 좋지만 이 편이 훨씬 더 그림같아 보인다.
여기서 좀 더 들어가면 소금광산으로 올라가는 케이블카를 탈 수 있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오면서 본 할슈타트 호수.


올라와서 바로 소금광산이 있는 것은 아니고, 이렇게 비탈길을 따라 좀 더 올라가야 한다.

 

소금광산 매표소를 지나면 광산에 들어가기 전에 덧입을 수 있는 옷을 주는데, 입고나서 보니 이건 뭐 죄수가 따로 없다;; 나름 세 가지 색깔 중 선택도 가능하나 어떤 걸 입어도 fail이다.

 


옷을 갈아입은 후, 매표소에서 출발하는 미니 열차를 타고 광산 입구로 가서 가이드를 기다린다.


사진에 보이는 가이드분께 간단한 설명을 들은 후, 이 분을 따라 광산 내부로 걸어 들어갔다.


군데군데 천장에 소금결정도 맺혀 있는 게 여기가 소금을 캐던 곳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게 했다.


생각보다 많이 좁고 긴 터널. 예상했던 것에 비해 상당히 오래 들어가야 했다.


 


사람들을 따라 들어가다보니 요런 게 있다. 아래층으로 내려가는데 미끄럼틀을 이용한단다. 덧입을 옷을 준 것도 나름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여기서 미끄럼틀을 타게 될 줄이야... 재밌었다ㅋㅋㅋ

 


 보기보다 미끄러워서 가속도가 확 붙는다. 내려가보면 놀이공원에서 후룸라이드나 롤러코스터 타고 났을 때처럼 미끄럼틀 탈 때의 표정과 함께 자신의 하강 속도를 측정해서 보여준다.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와서 좀 더 보면 본격적인 광산 견학이 시작된다. 어떻게 이런 산에 소금 광산이 형성되었는지에 대한 시청각 자료를 보여주는데, 흥미로운 내용이었다. 원래 알프스가 있던 자리는 내륙이 아니라 바다였는데, 지각이동에 의해 바닷물이 육지에 갇혔고, 계속해서 이루어진 지각의 수렴에 의해 알프스가 생기는 과정에서금이 지층 속에 남게 되었다고 한다.
소금기가 섞여서 나오는 물을 직접 맛보여주기도 한다. 당시 광부들이 소금을 채굴할 때 사용하던 도구 같은 것도 보여준다. 가장 흥미로웠던 건 선사시대에 죽어서 소금광산에 매장되었다가 1700년대가 되어서 거의 부패하지 않은 온전한 상태로 발견된 '소금인간(Man In Salt) 이야기였다. 이렇듯 워낙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느라 사진을 거의 찍지 못했다. 그나마 찍은 것도 어두워서 사진이 잘 나온 게 별로 없다.


여러 색의 조명으로 신비로운 느낌을 자아낸다.

소금물이 들어있는 우물.

투어를 마치고 다시 미니열차를 타고 밖으로 나가는데, 여기서 팔 한 번 잘못 뻗었다가 천장에 붙어있던 소금결정이 뒤로 우수수 떨어져 완전 민폐를 끼치고 말았다. ㅈㅅㅠㅠ


투어를 해 본 결과, 안 들어갔었으면 후회했을 뻔했다. 정말 재미있게 이야기를 듣고 신기한 것도 많이 봐서 완전 만족스러웠다. 폴란드 비엘리치카 소금광산도 다녀왔다면 비교가 가능할 텐데 그러지 못해서 아쉽다.


 

밖으로 나오니 이렇게 맑고 아름다운 호수를 감상할 수 있었다. 날도 맑아져서 호수가 더욱 빛나보였다.

호수의 깨끗한 물이 진가를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밑으로 내려와서 보니 위의 소금광산 입구와 똑같이 생긴 게 있다. 폐광된 소금광산이 한두 군데가 아닌가 보다.


페리 선착장으로 가는 길, 땅에서 마지막으로 남긴 사진 한 장.

 

 페리를 타고 다시 할슈타트 역으로 향한다.

 할슈타트 ㅂㅂ~ 그리울 거예요~

 

 아까 못보고 지나가버렸던 할슈타트 역 간판. 예쁜 시골 철로. 그리고 알프스.

 열차를 타고 잘츠부르크로 돌아가는 길에도 그림같은 풍경은 계속 이어졌다. 이런 데서 사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궁금하기까지 했다.


잘츠부르크 숙소에 돌아와서 마무리는 친구들과 직접 구운 맛있는 스테이크 안주와 함께 시원한 맥주.
하루하루 좋은 것만 보고 다니면서 내가 감히 이래도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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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감성호랑이 2013.08.11 11:31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스테이크와 맥주~ 음!~ smells good!!ㅎㅎㅎㅎㅎ

    • 준팍 2013.08.11 11:51 신고 수정/삭제

      ㅎㅎㅎ마트에서적당히사와서구워먹는데완전꿀맛이더라구요ㅋㅋ

  • 히티틀러 2013.08.11 22:37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도시가 정말 예쁘네요.
    완전 휴양지 같아요.
    그런데 소금 광산 안에는 소금물이 나오고, 저 호수는 민물인가요?

    • 준팍 2013.08.11 23:09 신고 수정/삭제

      저호수는민물이예요ㅎㅎ
      소금광산안에있는물은소금물이구요.
      저기서들은바로는...
      예전에는소금을있는그대로의암염상태로채굴했대요.
      그러다가기술이발달하면서지하수에소금을녹여서펌프로퍼올린다음에물을증발시켜서소금을얻었다고했던것같아요ㅋ

  • 좀좀이 2013.08.12 05:49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지갑과 국제학생증을 놓고 나오셔서 많이 당황하셨겠어요 ㅎㅎ 그래도 가신 보람이 있었을 거 같아요. 사진으로만 보아도 정말 아름다운 풍광이네요. 소금광산 체험도 재미있어 보이구요^^

    • 준팍 2013.08.12 08:53 신고 수정/삭제

      여긴입장료가다른곳에비해비싼편이었는데돈은아깝지않았답니다ㅎ
      들어가길잘했다는생각이들었어요:)

  • Aquilo 2013.10.19 09:22 ADDR 수정/삭제 답글

    hey 거기 거기 mister~
    여길 좀 봐봐 mister~

    이 사진은 어딨죠??

    • 준팍 2013.10.19 09:35 신고 수정/삭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건좀개인소장하자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