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쿠트나 호라 140115 - 은광과 해골의 도시, 쿠트나 호라 (I)

 참 아이러니하게도, '시차 부적응'이라는 게 여행하는데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다. 밤 컨디션은 아주 꽝인 반면 아침에 최소 일찍 못 일어날 일은 없으니까. 일찍부터 프라하 밖으로 나갈 계획을 세운 경우에는 제시간에 열차를 타야 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 날은 좀 과했다. 아침 8시 열차만 탈 수 있게 일어나면 됐는데, 쓸데없이 새벽 4시에 눈이 번쩍 뜨여서 정신이 너무 또렷한 것 아니겠는가. 탄호이저 볼 때 이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잠도 안 오는데 억지로 누워 있자니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 그래도 늦잠자다가 열차 놓치는 것보단 낫겠다 싶어서 밖으로 나갔다.


 체코에 다시 오게 되면 꼭 먹고싶었던 것이 있었다. 바로 흐라트차니 광장에서 먹었던 핫도그. 그 땐 참 짜다고 생각했는데, 바삭하게 구워진 짭짤하고 큼직한 갈색 소시지가 한국에 있을 때도 가끔 생각났었고, 체코에 다시 가게 되면 꼭 먹으리라 생각했었다. 마침 바츨라프 광장에는 소시지빵을 파는 가판대가 많았기 때문에 벼르고 벼르다가 아침도 해결할 겸 핫도그를 사 먹었다. 그 분을 영접하는 순간부터 가슴이 뛰었고, 잔뜩 기대하며 한 입 베어문 순간, 탄식이 흘러 나왔다. 그 때 그 맛이 아니었다. 날씨 탓인지 빵도 눅눅했고 소시지도 썩 맛있지 않았다. 소시지빵 먹으러 프라하성에 다시 가야할까 보다. (사실 소시지빵 때문은 아니었지만 한국 돌아오는 프라하 성에 다시 가긴 갔었다. 하지만 가판대가 있던 자리엔 이제 별다방이...ㅠㅠㅠ)

 


이제는 너무도 익숙해진 중앙역 가는 길.

중앙역이 항상 여행객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모습만 봤는데, 시간대가 이른 아침의 출근 시간대라 여행객은 별로 없었고, 그 대신 평범한 직장인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자유 여행의 묘미 중 하나는 바로 현지인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구경하는 것. 관광 못지 않게 흥미로운 것 같다.

 


전날 예매해 티켓을 가지고 곧장 플랫폼으로 향했다. 열차 요금은 왕복 205코룬, 대략 11,000원 정도.

 


기차가 카를슈테인 가는 열차보다는 쪼금 꼬질꼬질했지만 그래도 나름 귀여운 맛이 있었다.


쿠트나 호라까지는 프라하에서 열차로 한 시간 거리. 가만히 앉아 여유를 즐기기 좋다.

쿠트나 호라 역에 도착. 여기서 열차를 한 번 갈아 타고 쿠트나 호라 므녜스토 역까지 갈 생각이다.

쿠트나 호라에는 쿠트나 호라 역 이외에 '쿠트나 호라 므녜스토(Kutná Hora město)'라는 역이 하나 더 있다. 대부분의 관광지가 이 역 근처에 몰려 있는 데다가, 두 역 사이의 거리가 가까운 것도 아니라서 열차든 버스든 꼭 이용해야 한다. 물론 쿠트나 호라 역 근처에 볼 것이 없는 건 아니다. 쿠트나 호라에 찾아온 가장 큰 이유인 해골 성당은 쿠트나 호라 역에 더 가깝다. 따라서 므녜스토 역까지 가는 열차 티켓을 구입해서 쿠트나 호라 역 주변 먼저 보고 므녜스토 역으로 이동하는 방법과, 처음부터 므녜스토 역까지 가서 전부 돌아본 뒤 쿠트나 호라 역으로 돌아와 주변을 구경하고 프라하로 돌아가는 두 가지 방법이 있었다. 그 중 후자를 선택하기로 했다. 하이라이트는 마지막에 봐야 여운이 오래 가는 법이니까.

 


쿠트나 호라 므녜스토 역까지 가는 귀여운 꼬마 열차. 쿠트나 호라 역에서 내려 주위를 둘러보면 거의 바로 찾을 수 있다.

 


꼬마 열차를 타고 대략 10분이 지나면 므녜스토 역에 도착하게 된. 마침 온 뒤라 대도시 프라하보다 한결 깨끗한 공기에 기분까지 맑아진다.


아담한 규모의 쿠트나 호라 므녜스토 역.


비 온 뒤 살짝 햇볕까지 드니 기분이 더없이 상쾌했다. 아예 눌러앉고 싶을 정도로...

 

쿠트나 호라는 비교적 한적한 동네였다. 차도 몇 대 돌아다니지 않을 뿐더러, 좁은 차도에서는 신호등 없이 교통경찰이 직접 교통정리를 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길을 살짝 헤매다가 찾은, 왠지 음침한 느낌의 '나 나므녜티(Na naměti) 성모 성당'. 사실 쿠트나 호라의 전반적인 분위기 자체가 이랬다. 은광으로 인해 부를 쌓아 화려했던 쿠트나 호라의 영광은 온없고 지금은 체코의 작은 시골 마을로 전락해 버렸다.

 

구시가 광장인 '팔라츠케호(Palackého) 광장'에 도착했다. 여기를 기점으로 해서 쿠트나 호라 여행이 시작된다.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지정되어 있다는 고딕 양식의 성당인 '성 바르바라 성당(Chrám Sv.Barbory)'이다. 성당도 성당이지만, 성당으로 가는 길목이 참 인상적이었다. 단정하게 닦여 있는 돌바닥과 석상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서 있는 석조 난간, 그리고 길의 끝에 보이는 뾰족뾰족한 성당까지, 시간 여행이라도 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석조 난간에 기대어 바라본 쿠트나 호라의 모습이다. 정말 한적한 시골 마을이다.


 내게 쿠트나 호라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해골이다. 처음부터 그걸 볼 목적으로 온 것이기도 하니까. 그러다 보니, 이 도시 자체에 선입견을 가지게 되어 버렸다. 시작부터 이미 음침한 곳이라고 단정짓고 있던 탓에, 성 바바라 성당 지붕의 아치마저도 갈비뼈로 보일 지경이다...

소풍 나온 아이들. 내가 사진 찍는 걸 완전 신기해하며 지나가더라.


입구 찾느라 좀 헤맸다. 개관 시간 이전에 도착한 탓에 처음에 모든 문이 잠겨 있었다. 그래서 정문일 것 같았던 큰 문 앞에 계속 서 있었는데, 정반대쪽에 문이 열려 있었던 것이다. 입장료는 성인 60코룬, 학생 및 어린이 40코룬이다.

이 성당은 천장이 압권인 것 같다. 기하학적인 패턴 사이사이에 여러 문장이 세밀하게 그려져 있다. 저것도 뼈 같다...;
그 밖에 크게 다른 성당과 다른 점은 없어 보인다. 제단, 채플, 프레스코화 등등...

 

 

 

 

 광부의 목상이 이 도시가 예전에 은광의 도시였음을 알려주고 있다. 18세기 당시에는 세계에서 가장 깊은 은광이 바로 이곳, 쿠트나 호라에 있었다고 한다.
다른 성당들과 비슷한 듯 하면서도 고유의 특색을 잘 갖춘 성당이었다. 따뜻할 때는 성당 위 전망대에도 올라갈 수 있다던데, 겨울이라 그러지 못했던 게 아쉬웠다. 겨울 여행의 한계 중 하나이다.

 

 

성 바바라 성당 구경을 마치고 나오는 길, 좁고 예쁜 골목 길이 많이 있다.

내리막을 따라 걷다 보니 또다른 성당인 '성 야쿱 성당(Kostel Sv.Jakuba)'이 나온다. 이 작은 마을에 성당만 몇 갠지, 예전의 번영을 말해주고 있는 것 같다.

좋은 뷰포인트를 찾았다. 여기서 보니 이젠 아예 드라큘라가 살고 있을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선입견의 무서움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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