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쿠트나 호라 140115 - 은광과 해골의 도시, 쿠트나 호라 (II)

 쿠트나 호라의 성 바르바라 성당을 보고 나서,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블라슈스키 드부르(Vlašský Dvůr)'.



앞서 언급했지만, 쿠트나 호라는 은광의 발견으로 급속도로 번영에 이르게 된 중세 도시였다. 은광에서 캐낸 은은 유럽 각지로 팔려나가기도 했지만 화폐로 다듬어져 유통되기도 했는데, 그 은화를 만들던 주조소가 설치된 곳이 바로 이 블라슈스키 드부르였던 것이다. 한편, 이곳에서 화폐를 찍어내던 주조가가 이탈리아 피렌체 출신인 것에서 유래해서 흔히 이곳을 '이탈리아 궁(Italian court)'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조금 전에 봤던 애기들을 여기서 또 본다. 뭔가 비슷한 코스로 움직이는 것 같다.

 

블라슈스키 드부르는 체코어 또는 영어로 제공되는 가이드 투어로만 내부 관람이 가능하다. 티켓을 구입했다.


블라슈스키 드부르의 입장 및 가이드 투어 요금은 학생 기준으로 65코룬이다. (성인은 105코룬)

 

 알고 보니 저 시간에 가이드 투어를 신청한 사람은 나뿐이었다. 사실 취소될 줄 알았는데, 예상 밖으로 1:1로 가이드 투어를 해주는 것이 아니겠는가. 덕분에 궁금한 것도 많이 물어보고 사진 찍을 때까지 가이드 분께서 기다려 주시기도 하고, 여러 모로 이득이었다. 서툰 체코식 발음의 영어로 잘 설명해 주려고 애써주시는 가이드 분도 고마웠다. 하지만 지금 와서는 뭘 들었는지 머릿속에 남은 게 별로 없다는 건 함정...포스팅 일찍일찍 좀 할 걸 그랬다ㅠㅠ


 

 

 


이런 틀에 은화를 주조한다. 당시 은화를 제조하는 과정에서 망치로 금속을 두드린다든지 하는 행위 때문에 귀머거리가 된 노동자도 많았다고 한다.

 


 이곳에서 만들어진 은화들이 각 시대별로 전시되어 있다.

 

  

 

이곳에서 만든 화폐의 단위를 '탈러'라고 불렀는데, 나중에 '달러'의 어원이 되었다고 한다.


 


주조소 구경을 마치고 건너편으로 넘어오면 공회당이 나온다. 현재까지도 공회당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한다.

 


이 불에 그을린 기둥은, 블라슈스키 드부르에 불이 났을 때 타지 않고 살아남은 나무 기둥이다. 이 기둥을 만지면 부자가 된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블라슈스키 드부르 궁전의 관람을 마치고 점심을 먹은 후 팔라츠케호 광장 주변을 잠시 돌다다녀 보았다.


다양한 양식의 건축물들이 조화를 이룸과 동시에 각자의 개성을 뽐내고 있었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높이 솟아 있는 어두운 빛깔의 건물을 '돌의 집(Kamenný Dům)'이라고 부르는데, 15세기에 지어졌다고 한다. 시민들이 실제로 거주하던 건물인데, 체코에서도 가장 가치가 높은 건물 중 하나라고 한다. 현재는 은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다.

 

잠시 산책을 즐기다가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해골 사원을 보기 위해 열차를 타고 쿠트나 호라 역으로 갔다.


해골 사원은 쿠트나 호라 역에서 내려 15분 정도 걸으면 나온다.

 


해골 사원으로 향하는 입구. 평범하게 생긴 건물들 사이에 있어 지도를 잘 보지 않으면 눈에 잘 띄지 않을 수도 있겠다.

 

 해골 사원(Kostnice Ossuary)에 도착했다. 겉으로 보기에 다른 성당들과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저 문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놀라운 것들을 목격하게 되었다. 마음의 준비 단단히 하시고 스크롤 내리시기 바란다.

 

 

 

 

 

 

 

 


벽이 온통 해골로 만든 장식으로 도배되어 있다.

 

이 성당의 뼈들은 흑사병과 전쟁으로 인해 사망한 사람들의 뼈라고 한다. 한 번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다 보니 전부 매장을 하려고 했는데, 시신 전부를 안치할 공간이 없어 어느 수도사가 이들의 뼈로 16세기 초에 이 성당을 장식한 것이 시초라고 한다. 이후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여러 사람들의 손길을 거쳐 지금과 같은 모습의 해골 사원이 완성된 것이라고 한다.


 위팔뼈를 물고 있는 해골이라니... 해부 실습 시간에 지겹도록 본 뼈지만 그래도 이렇게 많은 양의 뼈를 한꺼번에, 그것도 기괴한 형상으로 맞춰져 있는 형태로 보니 무서운 건 매한가지다. 사진으로만 봐도 이렇게 섬뜩한데 직접 앞에서 보면 말이 안 나온다.

 


뼈로 피라미드 모양의 탑을 쌓아 놓았따. 빈 여행 때, 슈테판 대성당의 카타콤 투어를 하면서 비슷한 걸 본 기억이 있다.

 


진짜 대단하다 느낀 건 이거다. 사람 뼈로 샹들리에를 만들 줄이야... 엉덩이뼈로 양초 받침을 만들 생각을 과연 누가 했을까?

 


뼈로 문장도 만들고, 정말 별 걸 다 만들어놨다. 만들라고 해도 사람 뼈로는 못 만들 것 같은데 참 대단하다.

 


 십자가 제단 양쪽에도 해골 장식은 빠지지 않는다.

 

오랫동안 성당을 빠져나오기가 어려웠다. 상상 그 이상의 광경에 완전히 압도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시신을 처리하기 어려워 이런 기괴한 사원이 탄생했다지만, 그 수도사가 이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무언가가 있지 않았을까. 참혹한 전쟁과 질병으로 무수히 죽어 나간 사람들의 시신을 세상 누구라도 볼 수 있도록, 그러나 아주 정교하고 예술적인 감각을 더해 볼 수 있게 으로써 우리에게 죽음이 그렇게 멀리 있지 않다는 사실을 말하고자 한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성당을 나온 뒤에도 충격은 한동안 가시지 않았다. 쿠트나 호라의 마지막 일정으로 해골 사원을 선택한 건 참 잘한 것 같다. 이곳은 첫 방문지로 선택하기에는 임팩트가 너무도 큰 곳이었다. 만약 이곳을 쿠트나 호라에 도착하자 마자 보았다면 아마 이후에 아무런 감흥도 느끼지 못한 채 조용히 프라하로 돌아갔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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